2026.04.02 · 사회이슈
아들 앞에서 맞아 죽었다 — 고(故) 김창민 감독이 남긴 질문
이 글의 핵심 3가지
- 자폐 아들과 새벽 식사 중 이유 없는 집단폭행 → 뇌사·사망
- 가해자 구속영장 기각, 5개월째 불구속 거리 활보
- 고인은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지난해 11월, 한 영화감독이 장기기증으로 네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잠깐 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이타심에 숙연해졌지만, 그가 왜 그 나이에 그렇게 갑자기 떠나야 했는지는 한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2026년 3월 31일, 유가족과 경찰의 발표로 진실이 공개됐다. 고(故) 김창민 감독은 병으로 숨진 게 아니었다.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20대 남성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새벽, 돈가스 한 그릇을 먹으러 갔다가
2025년 10월 20일 새벽, 김창민 감독(당시 40세)은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의 손을 잡고 경기도 구리시의 24시간 식당을 찾았다. 아들이 갑자기 돈가스가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에도 기꺼이 나선 것이다.
식사 도중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20대 남성 일행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그리고 이 작은 마찰은 순식간에 참극으로 번졌다.
JTBC가 공개한 CCTV 영상 속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담겨 있었다. 20대 무리가 김 감독을 식당 구석으로 몰아넣고, 집단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김 감독이 바닥에 쓰러진 이후에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김 감독을 식당 안팎으로 끌고 다니며 폭행을 이어갔다.
그 자리에는 아들이 있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는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다.

골든타임을 놓쳤다
사건 발생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 감독이 스스로 구급차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인적사항만 확인한 뒤 그냥 돌려보냈다.
김 감독은 사건 발생 후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에 따르면 현장 근처에 대학병원이 있었음에도 이송이 지체됐다. 결국 골든타임을 놓쳤고, 김 감독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11월 7일, 뇌사 판정. 그리고 심장, 간, 양측 신장을 기증하며 네 사람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40세.

5개월째 가해자는 자유롭다
수사 과정은 또 다른 상처였다. 경찰은 처음에 CCTV에 명백히 찍혀 있음에도 가해자를 1명만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반려했다.
이후 유가족이 직접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보완을 촉구한 끝에, 경찰은 재수사팀을 꾸려 2명을 가해자로 특정하고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사건 발생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 피의자들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 감독의 여동생은 언론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10km도 안 되는 곳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
1985년 서울 출신의 김창민 감독은 2013년 영화 <용의자> 소품팀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마약왕>, <마녀>, <소방관> 등 다수의 흥행작에 작화팀으로 참여하며 현장 경력을 쌓았다.
연출작으로는 2016년 <그 누구의 딸>이 있다. 성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으로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사회적 약자와 인권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어온 감독이었다. 유작은 단편영화 <회신>이다.
그는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두었다고 한다. 그 뜻은 죽음 이후에도 지켜졌다.

우리가 이 사건에서 물어야 할 것들
이 사건이 공분을 사는 데는 여러 이유가 겹친다.
아이 앞에서 벌어진 폭행, 느린 초동 대응, 1시간의 이송 공백, 구속영장 기각, 그리고 5개월째 이어지는 불구속 수사.
나무위키 등 일각에서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법적 설명을 들어 과도한 비판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폭행치사 혐의의 경우 살인의 고의성 입증이 어려울 때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유가족이 직접 증거를 모아야 했던 수사 과정, 사건 직후 현행범을 놓아 보낸 경찰의 초동 대응, 골든타임을 놓친 이송 지연 — 이 각각의 문제는 따로따로 짚어야 할 질문들이다.
아이 앞에서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 물음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해자 구속영장이 왜 기각됐나요?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며, 폭행치사의 경우 살인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구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가족과 여론은 이 판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Q. 폭행치사와 상해치사는 어떻게 다른가요?
상해치사는 상해의 고의가 있을 때, 폭행치사는 폭행만 있어도 사망에 이른 경우 적용됩니다. 법정 형량은 상해치사가 더 무겁습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이 초기 상해치사에서 폭행치사로 혐의를 변경한 이유도 고의성 입증의 어려움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현재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2026년 4월 현재 피의자 2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어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향후 기소 여부와 재판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고(故) 김창민 감독의 명복을 빕니다. 그가 기증한 장기로 살아가는 네 사람의 삶 속에, 그는 여전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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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1, 문화일보, SBS 연예뉴스, TV리포트, 뉴시스 (2026.03.31~04.01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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